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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는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

예전에, 한창 운동권vs비운동권 대결구도가 신나게 반복되고 있을 무렵,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운동권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던 한 선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철학과) 나는 그 당시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였고, 그것이 꽤 멋지게 들리기까지 했다.

"맑스는 이미 죽었어."

난 원래 맑스에겐 관심도 없고 운동권 이런 쪽에도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저냥 넘어가다가 다른 학교 철학과에 다니고 있는 한 친구와의 대화 중에 한 선배가 있는데 '맑스는 이미 죽었어' 라는 말을 정말 간지나게 하더라. 했더니 이 친구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그전까지 농담따먹기를 했던 표정과는 180도 달라진 표정으로)

' 그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마.'  라고 했다. 애가 유난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겼다.

-

시간이 흘러 2009년도 1달도 안남은 상황에서 이 6년전 이야기를 되돌아보면서 드는 생각은 , 그 '맑스는 죽었어' 표현은 정말 겉멋의 대폭발이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봤을땐, 죽은게 죽은게 아니다. 정도다. 아직까지도 맑스를 추종하는 뭐 어쩌구저쩌구 같은 긴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지만, 결국 그가 지적했던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니까.

나름대로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자본주의는 "노조"라던가 "노동법"같은, 인간이 생산물에 지배를 받지 않고 그들의 권리를 찾게 해주려는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를 고안하곤 했지만, 2009년 12월 대한민국은, 

노동위원회조차도 합법적인 파업이라고 선언한 파업마저도
"법치"를 그토록 사랑하는 이 나라의 수장에 의해
불법이라고 오명을 뒤집어 쓰고 온 국민에게 '귀족노조가 나라 망친다' 란 비난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참 덕분에 덕을 많이 보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지역감정, 이제는 계급갈등, 등등의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언제나 일정정도의 표를 제공해주고 있으니
이제서야 왜 나름대로 돈 좀 있고 욕심이 좀 나면 다 금뺏지 하나씩은 달려고 발버둥치는지 알겠다.

-

이 나라에서 이야기하는 법치와, 자본주의는 비정상이다. 자본주의가 자칫 잘못된 길로 빠져들 수 있기에 그것을 견제하기 위해 법과 제도가 존재하는 것일텐데 오히려 이 법과 제도는 자본의 입맛에 맞게 이리저리 간이 되어서 자본의 편에서 자본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을 죄고 있을 뿐이니 참 슬프지.

차라리 이럴거면 대학에서 그냥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권리 같은건 가르치지 말고 그냥 시키는대로 일이나 하고 과로로 죽고 쓰러져도 '노동자니까 당연한거 아니겠어' 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가르치는게 낫지 않을까? 내가 불쾌한건, 분명히 노동자와 경영자의 관계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파업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것이라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치인들과 경영인들은 현상만을 억제할 뿐 원인 자체에 대해서 손을 대지 않는다. 

그들의 'xx기업은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 - '따라서 xx기업의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기업을 괴롭히는 겁니다.' ->  '따라서 파업하는 노동자들은 대한민국을 응원하지 않고 망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 '심지어 그들은 월급도 적지 않게 받는답니다.' -> '너희는 돈 많이 받으면서 대한민국 망하라고 굿하는거라 이거지?' -> '아직 배가 불렀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여론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겁니다. 노동자는 파업하면 안됩니다. 전 국가를 상대로 저항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거든요. 그냥 포기하고 해고 당하면 되고 과로로 쓰러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파업은 반복될겁니다. 노동자들이 있는 이상은요. 그리고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또 움츠려들고 계속해서 반복되겠죠. 

왜냐하면, 지금 이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무서운건, 그 누구도 이런 인식도 하지 못하고 불합리한 대우에 저항 자체를 포기하는, '멈춰있는 미래'입니다. 모든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에겐 가장 바람직한 미래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회는 이미 모두가 떠나고 싶은 - 희망을 가지는 것 조차도 포기해버리는 - 그런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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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ㅁㅁ 2009/12/06 03:14 # 삭제 답글

    맑스의 사상은 죽은거 맞습니다..(러시아랑 중국보세요..라고 말하면 존나 무식한거고..)

    그가 주장한 계급혁명과 역사적 필연성은 거기에 내제된 폭력성과 억압성으로 인해 이제와서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죠...

    물론 전업혁명가들에게는 아직까지 그의 사상은 유효하겠지만..
    일반인에게 그의 사상을 따르라고 하는건 무리.
  • J H Lee 2009/12/06 11:33 #

    맑스가 제시한 공산주의는 분명히 방향을 잘못 제시한 것이지만, 맑스가 제시한 문제의식 자체는 유효하다고 봅니다.

    의사로 비유하자면 맑스는 불치병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낸 의사이긴 하지만, 그가 제시한 치료법은 사람을 죽게 만드는 치료법인 셈이죠.

    그의 치료법은 잘못되었어도 그의 진단 자체는 유효하다고 봅니다.
  • Phaidros 2009/12/06 12:59 #

    ㅁㅁ//
    마르크스의 사상은 죽지 않았습니다.^^ 아마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왠지 아세요? 마르크스가 인간 조건에 대한 영원한 명제를 끄집어 냈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는 인간이 자신을 실현하는데 방해가 되는 조건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마르크스의 시대에 마르크스가 보기에 그중 압도적인 것은 자본주의라는 괴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연구했습니다. 그게 그의 대표작 "자본론"입니다.

    그의 분석이 옳았는지, 그의 예상이 옳았는지에 대해 논의는 학적으로 파고들어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이 죽었는지, 아니면 살아있는지, 아니 영원히 살아있을 것인지는 지금 여기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시대를 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됩니다.
    사람들은 자아 실현을 하며 살고 있는가? 돈버느라 애키우느라 삶을 다 소모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루 4시간에서 6시간의 노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을 계발하거나 가족과 보내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원래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체제적인 문제인가?

    만일 그것이 체제적인 문제라면, 그 체제는 변혁되어야 한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주장입니다. 물론, 그 체제가 변혁된다고 인간의 자아 실현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주의 운동은 바로 그런 체제를 변혁하는 것, 인간의 자아 실현을 막고 있는 물질적 조건들을 변현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 다음, 개개인이 자신의 자아실현을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이것이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입니다. 이런 사상이 죽을 수 있을까요?^^
  • 萬古獨龍 2009/12/06 18:33 # 답글

    다른건 다 몰라도, 맑스가 이거는 명확히 말했지요. 있는 자가 없는 자를 위해 무언가를 내놓는 일은 없다는 걸 말입니다.
  • 구스 2009/12/07 08:28 #

    어렸을 땐 맑스가 싫었는데, 나이를 먹고보니 싫긴 해도 틀린 말은 하지 않았구나 싶긴 하군요. 프롤레탈리아 위주의 사고방식 자체는 부정적이지만, 사회 비판에 대한 분석은 여전합니다. 이건 우리 사회가 그가 살았던 사회보다 별 발전이 없었단 이야기인건가 싶기도 하네요.
  • tranGster 2009/12/07 15:31 # 답글

    사실 맑스의 이론은 비판론으로써 상당히 명확하다고 봅니다.
    특히나 공황과 장기불황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는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완벽한 유일신 시장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요인 운운.'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적실성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대안 제시가 참 암담하다는거;;;;
  • 구스 2009/12/08 21:36 #

    그렇죠 맑스의 진가는 사회비판론으로서의 그 위치라고 할 수 있죠. 더군다나 이 시대까지도 그의 비판이 통할 부분이 많다는 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으로서, 존중할만하죠.

    그런데 대안제시는 좀.... 그는 그걸 철썩같이 믿고있었다는게 좀 무섭게 느껴지지만, 그것도 어찌보면 그 시대의 인물이 내세울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였을테죠.
  • tranGster 2009/12/08 22:48 #

    사실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맑스의 전망은 "그러니 이렇게 된다!" 가 아니라 "그러니 이렇게 망해야 한다! 젠장할! 다 죽어!" 와 같은 인상도 받았다면 과장일까요 ㅠ.ㅠ

    이분의 대안이 암담한 이유는, 이분 말대로라면 자본주의를 탈출해야 하는데, 자본주의를 탈출한 또다른 세계가 주저앉아 버려서 참으로 암담해 졌지요.

    해답까진 아니더라도 대안은 케인즈 ㅠ.ㅠ
  • 구스 2009/12/09 17:49 #

    맑스는 아무래도 미래의 전망이 '이렇게 되는데 내가 이 미래를 따르지 않고는 어떻게 하겠냐.' 란 식으로 자신이 예측한 미래를 너무 맹신했다고 볼 수 밖에 없죠. 이 부분이 좀 문제인데, 그 시대에는 정말 그럴 분위기였나 봅니다.

    대안은 케인즈!

    실은 전 케인즈를 옹호할 수 밖에 없는 미약한 경영학 전공생 (...)
  • 백범 2009/12/07 22:35 # 답글

    요즘에 진정한 맑스학도가 있다 라고 하기 보다는, 패션으로 맑스와 게바라를 찾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15년전에 제가 봤던 좌파들은 진짜 약자에 대한 동정심이라도 있는데, 요즘 좌파(?) 들은 그런것이 없어 보이더라능... 뭐 이곳 이글루스와 티스토리, 오마이뉴스에만 가봐서 그런가는 몰라도 제가 본 바로는...
  • 구스 2009/12/08 21:39 #

    요즘 좌파는 2MB를 싫어하면 좌파더군요.

    맑스포럼 쪽을 보면 기발한 생각 (맑시즘과 다른 사상과의 조합)들이 많고, 그들은 그렇게 발전하고 있는데 막상 대학생들은 그냥 일반적으로 '친북좌파' 로 고개를 젓는 자칭 우파 무관심주의자들과 'MB 쥐새끼'만을 외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들을 추종하는 자칭 좌파들이 많은게 현실이죠.

    좌파도 변해야한다. 라는 것은 많은데, 틀은 동일하되 방법이 달라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이거 틀은 다르고 방법은 예전의 그것과 같으니 현기증이 날 지경입니다.
  • 백범 2009/12/08 21:42 #

    좌파 라기 보다는 종북 주사파 + 파시스트들입니다.

    진짜 좌파는 사회당, 사회주의연대(오세철)에 소수 있을까 말까... 그외에 진보신당이나 민노당 떨거지는 이념을 무슨 장신구처럼 여기는 허당들이고...


    '조갑제 와 지만원' 등에 의해서만 친북 좌파 로 몰리는 친구들은 김대중 광신도+노무현 광신도+종북주의 주사파 그룹인데... 얘네들은 좌파라고 부르기가 좀 부끄러운 놈들입니다. 피해망상에 배타성에 폐쇄성에 맹신에... 게다가 뭐가 어떻게 해서 좌파라는 건지???

    어떤 일개인을 사이비종교마냥 맹신하는게 좌파는 아니라고 배웠습니다만, 걔네들을 보면 내가 잘못배운건가 하는 생각이 들죠.
  • 구스 2009/12/08 21:49 #

    조갑제나 지만원 쪽은 상상력의 나래를 잔뜩 펼치고 있는 분들이니만큼 어쩔 수가 없는 것이겠죠. 조갑제나 지만원이 좌파라고 지칭하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자신과 반대. 그러니까 감히 국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마음대로 표현하는 사람들을 의미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자체에 익숙해져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것 자체가좌파라고 판단하는 것이겠죠.

    아직 전후, 독재의 잔재를 털어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우울한 현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도 진정한 좌파는 사회당쪽에 어느정도 포진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좌파라는 호칭을 일종의 악세서리로 사용하고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요리하고 있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2009/12/08 22: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구스 2009/12/08 22:31 #

    비밀의 말씀이 제가 생각하던 그것과 흡사합니다. :) 사회의 비판세력으로서 좌파는 반드시 존재를 해야하는데,이런 좌파가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좌파에 덧씌워져있는 여러가지 오명들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죠. 그렇게 함으로써 정말 건전한 좌파가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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