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2007) by paleluna

지금까지 원작소설 '나는 전설이다.'를 영화화한 사례는 두번이었다. 지구 최후의 사나이. 그리고 오메가맨. 소설 자체는 명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하지만, 이런 소재의 영화는 아무래도 '영화화'하기가 영 까탈스럽다. 아무래도 '원맨쇼'로 밖에 풀어나갈 수 밖에 없는 내용인지라, 지구 최후의 사나이, 그리고 오메가맨은 흥행 참패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작품은 원작에 너무 충실해서, 한 작품은 원작과 너무 동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손대기 힘든 소재의 소설을 2007년에 와서야 소설 원제의 제목을 그대로 따른 '나는 전설이다.'라는 이름의 '영화'가 나왔다. 거의 20~30년만에 있는 명작 소설의 영화화다.

오랜만에 찾아온 '영웅'의 귀환은 콘스탄틴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인 프란시스 로렌스가 메가폰을 잡고,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았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확실히, 나 역시도 상당한 기대를 했고, 2007년 내내 단 한편의 영화를 안 본 나에게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욕망을 이끌어 낼정도로 꽤 큰 기대감에 들 떠 있었다. 확실히, 이 영화를 본 후 원작과 사뭇다른 전개에 꽤나 감명 받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이렇게 포스팅을 남겨본다.

전설은 확실히, 전설이다. 원작 소설과는 다른 의미의 전설이었다는 것에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어쨌든, 50년대의 소설을 그대로 옮겼다면, 결국 나는 그 작품을 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결론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단지 주인공이 평범한 셀러리 맨에서 군인 과학자로 바뀌었다는 것이 조금은 기분이 묘하달까. 덕분에 소설에서 의미하는 '전설'과는 사뭇 다른 전설이 되었으며, 그 엔딩 또한 '전설'의 성격 소설과 영 딴판으로 흘러갔다. 확실히 소설에서의 그는 이 영화의 엔딩인 '영웅'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영웅'이 되어버린 영화에서의 로버트 네빌과는 다른 '전설'이 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런 '영웅'이 되기 위해 영화의 엔딩이 조금 맥빠지게 진행된다는 것이 안쓰럽다.

또한, 영화 러닝 타임 내내 윌 스미스 혼자만 있었다면 흥행요소가 전혀 없었겠기에 처음부터 개 '샘'을 등장시킬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겠지만, 인류 최후의 생존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주인공의 치밀한 내부 심리 묘사 때문에 이 소설이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는 것을 볼 때, 어설프게 하느니 차라리 '인류 최후의 생존자 vs 흡혈귀'라는 화끈한 액션물을 만드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블록버스터처럼 만들려고 했지만 원작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어설프게 원작의 이미지를 차용했던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처음은 그럭저럭, 막판엔 막장'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었다.

확실히 이 원작소설은 영화화하기엔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원맨쇼. 그 가운데서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주인공이라든지 흡혈귀 여자를 보며 성욕을 참아내질 못한다던지. 전혀 흥행요소가 없다. 그래서 두 작품의 실패도 쉽게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실패하면 안된다.'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잡혀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본 사람도 만족하지 못하고, 가볍게 팝콘무비를 기대했던 사람에게도 꽤나 '맥빠지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나에게 영화를 보고 싶어할 '욕망'을 불러일으킨 영화치곤, 그 입맛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엔딩 부분만 제외하곤, 나름대로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음음.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life4happy.egloos.com/tb/3544392 [도움말]

덧글

덧글 입력 영역


메모장

hanrss

add me